호롱불 / 황소지 이웃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 갔다가 응접실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옛날 놋쇠 화로와 흰 사기 호롱을 보았다. 단조로운 아파트 생활에서 옛 정취를 느껴보려는 집주인의 생각인 듯하다. 호롱을 본 순간, 보고 싶었던 옛 친구를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만난 듯 반가웠다.지난 시절 고향에는 전기가 없었다. 해가 지고 대지에 어둠이 깔리면 동네에는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졌다. 그때는 호롱불 하나를 켜놓고 그 밑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저녁밥을 먹었고, 그날 일어났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걱정하고 위안을 받았다. 석유를 아끼려고 웬만한 어둠에는 불도 켜지 않았기에 저녁밥도 어둡기 전에 먹어치웠다.집안에 잔치가 있거나 섣달 그믐날이 되면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게 사방에 유리를 끼운 등불을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