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김혜주 되돌릴 수도, 늦출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시간은 항상 나를 애태우게 한다. 들숨과 날숨 사이에도 가뭇없이 휘발되는 그것은 나의 얕은 기억 속에만 쌓인다. 스치듯 빠져나가 버리는 무언가를 잡으려고 애쓸 때마다 나는 ‘곁’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불안이 조금 누그러지고 왠지 겨드랑 안쪽으로 끼어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진다.802호 할머니가 실버타운으로 입주한다고 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나누던 이웃이었다.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작별 인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나는 반갑게 할머니를 껴안았다. 등이 굽은 할머니는 두 팔을 나의 겨드랑이 사이로 휘감은 채 등을 다독여 주었다. 수줍게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동안 한 꺼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