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의 꿈 김추인 갯모래 머금은 혓바닥 하나 몸을 삼으니 석화된 입이 무기다 발바닥 생을 숨긴 집이다 만입이 다 열려 있어도 묵黙 묵黙 적寂 묵黙 어느 전생의 세치 혀가 불러온 업보인지 딱딱한 입술 두 쪽에 혓바닥 하나 숨겨 생애를 건너가는 중이다 물속에서 내다뵈는 것은 먼 깜박임 저건 시리우스 저건 좀생이 별 저기에도 생을 기댈 짭조름한 물이 있을까 바람 칠수록 명멸하는 찬란을 본다 머나먼 거기 뉘 손짓이 저리 반짝이는지 조개는 날개를 펴듯 움찔 움찔 패갑을 열었다 닫곤 한다 ㅡ시집『오브제를 사랑한』(미네르바, 2017) ------------------------------ 조개의 꿈 -생명의 환(幻) 김추인 갯 모래 머금은 혓바닥 하나 몸을 삼으니 석화된 입이 무기다 발바닥 생을 숨긴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