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묵어라 - 전동균 밤새 앓으며 잠을 못 잔 아내와 늦은 아침을 먹는다 삶은 고구마와 바나나를 아내는 지금 제 속의 여자를 떠나보내는 중이다 입술은 갈라지고 얼굴은 퉁퉁 붓고 갑자기 사막으로 쫓겨난 하마 같다 그래도 당신에겐 첫사랑과 어머니가 함께 있어! 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색도 않는다 (…) 물 묵어라,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물 잔을 건넬 뿐 갱년기 증세를 견디느라 잠 못 잔 사람은 상태가 말이 아니다. 아침 밥상은 약식이다. 아내를 사막으로 쫓겨난 하마 같다고 안타까워할 뿐 남편은 표 내어 위로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하지만 고구마는 목이 멘다. '물 묵어라'는 무뚝뚝한 한 마디에 숱한 감정이 배어 있다. 첫사랑이었던 남편도 말을 안 할 뿐 사실은, 정글로 쫓겨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