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 김나영 폐광이 태백이나 정선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리부도에는 삭제되어 있는 없는 게 없는, 서울특별시에도 폐광이 있다. 단돈 850원이면 몇 시간 안에 도착하는 이곳을 접근금지 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사람들과 뜨거운 밥 퍼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몇 년째 대안 없이 불거지고 가끔 아이의 두 눈을 치마폭으로 가린 풍경이 빠져나가고 나면 잠시 술렁거렸던 공기가 다시 흑연 가루처럼 가라앉는 이곳에 갱도(坑道)나 채탄(採炭)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데 그들의 외투와 손과 신발이 검은 때로 반질반질하다. 햇빛도 그들의 몸에 닿자 순식간에 빛을 잃어버리고 희망이 차단된, 가느다란 빛도 새어나오지 않는 두 개의 막막한 구멍들과 나는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영등포역 고가다리 아래, 서울역 주변이 아니더라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