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나이테 / 복효근 잘라놓은 연어의 살 속엔 나이테 무늬가 있다 연하디 연한 연어의 살결에 나무처럼 단단한 한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리라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솟구치던 나무를 눈바람이 주저앉히려 할 때마다 제 근육에 새겨 넣은 굴렁쇠같이 단단한 것이 나무의 나이테이듯이 한사코 아래로만 흐르려는 물길을 거슬러 폭포수를 뛰어넘는 연어를 사나운 물살이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칠 때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솟구쳐 여린 살 속에 쓰라린 햇살이 짱짱한 나이테로 쌓였으리라 켜놓은 원목의 나이테가 제가 맞은 눈바람을 순한 향기로 뿜어내놓듯이 그래서 연어의 살결에선 강물냄새가 나는 것이다 죽은 어미연어의 나이테를 먹은 치어가 폭포수를 뛰어넘어 다시 그 강에 회귀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