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만 시인의 『부뚜막 - 육십령 25』 마땅히 닦아내야 할 무엇도 없는데 닦고 계신다 어른들 말이 법인 줄 알고 사시던 꽃다운 시절부터 큰 상은 시부모와 남편, 작은 상은 시동생들 어머니의 밥상은 따로 두지 않았다 몸 쪼그리고 앉아 먹던 울음밥 부엌과 방 사이를 닳도록 드나들면서 짱짱했던 허리도 활처럼 휘었다 여든이 넘어서도 고향 집을 지키시는 어머니 아버지가 생시에 심어놓은 나무만 꼿꼿하다 솥단지 같은 시절을 가족에게 다 퍼주고도 푸성귀 많은 밥상조차 호사스럽다고 눈물로 쓸고 닦고 지켜 오신 시골집 부엌 훌쩍 자란 나무가 힐끗힐끗 들여다보는 아득히 온기 사라진 부뚜막 대처에 사는 자식들 기다리시는 어머니 밥상에는 태반이 그리움이다. 박일만 시집 『살어리랏다』 -달아실출판사 -중에서 - 부뚜막, 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