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를 반조返照하다 / 김휼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서 번번이 앓아누웠다 당신이 망치와 날랜 정을 들고 들어설 때 나는 삼학도를 바라보며 닿을 수 없는 시간의 층위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지 맨머리로 하늘을 받들고 살아가야 하는 일이, 슬픔을 가려 줄 갓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이, 어찌 당신만의 일이겠는가 연대기를 따라 단단한 침묵을 쪼아내는 손끝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늑골에 스미는 한기와 통증을 견뎌야만 했느니 바람조차 뼈와 살을 헐어냈다 패인 곳마다 고여 드는 울음 계절은 밀려왔다 밀려가고 달빛은 발끝을 세우며 다녀갔다 눈뜨지 못하는 방향 끝으로 파도가 들이쳤다 더는 무엇이 남아있지 않은 순간까지 붉은빛 쏟아내는 노을을 보며 사라져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을 떠올리곤 했다 피멍 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