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꽃 / 허문정 연세가 많으신 분의 등을 밀어 드렸다. 흘깃 가슴팍을 보니 돌보지 않은 무덤처럼 젖가슴이 낮게 내려앉아 있다. 건포도 같은 젖꼭지는 생의 꼬투리인 양 맺혀 있다. 긴 여정의 마침표 같기도 하고 욕망의 마지막 징표로도 보였다. 고개 숙인 이삭 같은 모습에서 순간 꽃의 의미가 다가왔다. 이게 바로‘이삭 꽃*’이구나! 잘 영근 이삭은 생의 마무리이자 눈부신 완성이다. 그 자체로 풍요이며 만족이다. 완숙한 몸이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며, 새봄에 싹을 틔울 희망의 기다림이다. 하지만 생의 끝자락에 서 있는 여인네의 젖꼭지는 완숙의 느낌을 넘어 처연함으로 다가온다. 떨어져 거름이 되기 위한 무표정한 순종, 그 비움이 쓸쓸하게 느껴져 삼천 년에 한 번씩 핀다는 우담바라처럼 고귀한 꽃의 이름을 붙여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