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의 낮잠/박순태 마을 곳곳에서 낯익은 풍경이 걸음을 세운다. 텃밭 옥수수는 수정되는 시기에 맞춰 대궁이마다 뿌연 애향(愛香)이 풍긴다. 감자 씨알은 나날이 굵어가면서 주변 흙을 불룩하게 부풀어 올린다. 울도 담도 없다던 울바자를 따라 양대 콩은 벼름벼름 깍지를 뚫고나올 기세다. 모두 부풀고 일어나고 기를 세운다. 초여름 주말 오후가 조용히 기지개를 켜는 시골 풍경이다. 아내와 시골집을 들르는 길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온해진다. 고향을 찾아오는 길은 아무리 익숙하여도 매번 오관과 육감을 새롭게 살려낸다. 감각으로 받아들인 변환이 머릿속이 아니라 나이 든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것이다. 고샅을 돌았다. 점심을 두둑하게 먹었건만 갑자기 허기가 진다. 구수한 냄새를 피워 올리던 소죽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