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 김사인 좋지 가을볕은 뽀뿌링 호청같이 깔깔하지. 가을볕은 차 젊은 나이에 혼자된 재종숙모 같지. 허전하고 한가하지. 빈 들 너머 버스는 달려가고 물방개처럼 추수 끝난 나락 대궁을 나는 뽁뽁 눌러 밟았네. 피는 먼지구름 위로 하늘빛은 고요 돌이킬 수 없었네 아무도 오지 않던 가을날. 이 시에 무슨 말을 더 얹겠는가. 다만 오늘 하루는 잠시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보자. 손을 내밀고 손가락들을 부벼 보자.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러나 이미 내 손을 서운하게도 감싸고 있는 차갑고 까끌까끌한 다 늦은 가을볕, 그 서늘하고 서늘해서 허전하고 허전해서 한가한 빛살들을 가슴 한편에다 가만히 대 보자. 텅 빈 마루 끝에 혼자 앉아 저 멀리 단풍도 저물어 온통 비어만 가..